재개발·재건축 구역지정권 자치구 이양…“행정·위원구성 등 보완 서둘러야”
작성일 2026.01.08 | 조회수 72
재개발·재건축 구역지정권 자치구 이양…“행정·위원구성 등 보완 서둘러야”
새해들어 정비구역 지정권한을 서울시에서 자치구로 이양하는 논의가 본격화될 예정인 가운데 정비업계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내비치고 있다.
그동안 서울시와 자치구가 기반시설 및 정비계획안을 두고 핑퐁게임을 벌이며 사업을 지연시켜왔던 사례가 반복돼 왔는데, 권한 이양이 미완으로 끝날 경우 기존보다도 정비사업 지연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상위 도시계획과의 정합이나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을 확실하게 자치구로 이양해야 추가적인 사업지연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본계획 수립과 정비구역 지정에 대해 사공이 많을수록 당초 정책개선의 취지와 동떨어진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위 도시계획과의 정합성 문제, 통제권한 커지면 사업지연 되풀이=최근 정부와 여권 인사로부터 시작된 구역지정 권한 자치구 이양 논의에 대해 서울시는 난개발 우려가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가 중장기적인 도심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10년마다 수립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이 자치구 권한 이양으로 무효화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자치구의 정비계획을 상위계획과 비교해 가이드라인을 위배했는지 여부를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비업계는 자치구의 정비계획을 서울시가 통제하게 되면 자칫 인허가 병목현상에 따른 사업지연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해당 절차를 진행하면서 자문 혹은 심의를 수행할 때 서울시 도계위가 개입할 경우 관련 절차만 늘어나는 악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 도시·정비기본계획의 정비사업 관련 기준들은 △용적률 체계 일원화 △친환경 정책유도 △정비방식 혼합유도 등 상대적으로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때문에 서울시의 입장과 해석에 따라 상위계획과의 정합 여부가 수정사항으로 지적될 수 있고, 이 경우 구역지정이 지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치구 도시계획위원회 역량강화 절실, 심의위원 자격요건 강화=정비업계는 자치구가 구역지정 권한을 이양 받은 만큼, 서울시는 해당 절차에서 의견을 제시하는 정도로 권한을 제한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인허가 병목현상에 따른 사업지연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의견제안의 기한을 설정해, 별도의 의견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잠정적 동의로 판단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함께 자치구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오고 있다. 도시계획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자치구 도계위는 시 도계위에 심의안건을 상정하기 전에 구청장의 자문을 수행하는 수준이었고, 심지어 재개발·재건축 정비계획안과 관련해서는 구청장이 자문조차 요청하지 않기 때문에 경험이 전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심의위원 선별 기준이 서울시처럼 박사학위 소지자나 기술사 등을 요구하지 않고 대부분 구 내부 선별기준이나 추천으로 선정되기 때문에 비전문가들이 다수 포진해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한 도시계획업체 대표는 “자치구 도계위의 경우 인맥에 따른 추천으로 선정된 심의위원들이 많아 비전문가들이 상당수 포진해 있고, 이들이 정비계획안을 적절하게 분석하고 심의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라며 “도계위 심의는 구역지정을 결정하는 마지막 관문이자, 실질적인 인허가 판단기준이기 때문에 구 도계위 심의위원들에 대한 기준과 선별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전문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칼자루 쥔 자치구, 정비사업 행정역량부터 재점검해야=서울시 도시계획조례를 개정해 시와 구의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역량과 권한을 정리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현행 서울시 도시계획조례는 서울에서 진행되는 대부분의 개발행위에 대해 시 도계위 심의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선 현장에서는 자치구의 행정 역량이 보완돼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정비사업 특성상 다량의 설계도면과 주민동의서 등 관련 문서들이 방대한데, 일부 지자체들은 전담인력 부족과 전문성 결여로 사업지연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구역지정 절차가 자치구로 일원화되는 만큼 이전보다 전문성이 향상돼야 한다는 것이다.
강북의 한 재개발 추진준비위원장은 “입안제안을 위해 주민동의서와 관련 서류를 제출하니, 고령의 구청 담당자가 돋보기로 더듬더듬 문서를 확인하며 ‘나중에 확인이 끝나면 연락하겠다’고 말해 솔직히 자치구 권한 이양을 찬성할 수 없다”라며 “정비사업이 다수 추진되는 자치구의 경우 통상적인 4~5명의 주무관들로는 업무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구역지정 권한 이양을 하기 전에 자치구의 행정능력부터 향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